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편의점 다녀왔는데 눈물이 납니다

by ⓜ매니저 2024. 11. 21.

편의점-다녀왔는데-눈물이-납니다

'편의점 다녀왔는데 눈물이 납니다'
유머용 글은 아니고 뭉클한 사연이지만 공유해 봅니다.

한 11시 넘어 편의점에 맥주 사러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
와.. 발등이 찢어지게 시려웠습니다.

도착해서 네 캔 고르고 계산하려 하는데 과자 코너에서 한 5~6살쯤 보이는 남자아이가 후루룩 뛰어오더니 계산대에 과자를 올려놓더라고요.

제 앞에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초등학생 같아 보였습니다.
남자아이가 가지고 온 과가 바코드를 찍고 금액을 말하자
누나였는지.. 이건 비싸서 안돼 하는 겁니다.

그 말을 듣고는 또 쪼르르 뛰어가서는 고민도 없이 부피가 작아 보이는 과자를 또 집어서 올려놓더라고요
역시 한도 초과

무얼 사나 힐끔 보니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삼각김밥 하나.. 대충 느낌이 오더군요

제가 이전에도 이사 오기 전 동네에서 한 어린 자매가 요 비슷한 상황에 있어서 약간 정을 베푼답시고 살짝 도와줬던 게 또 떠올라

저기 아저씨 빨리 계산하게 해주면 너희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..

순간 짱구 굴린 게 그 말이네요..

뭔가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해주었어야 했는데..

누나로 보이는 아이가 잠시 주춤하더니 쓱 뒤로 물러서네요

일단 제 것 계산하고 나서 내려다보니 두 아이가 저를 빤히 보고 있더라고요

집에 200일 가까이 된 딸랑구 생각도 나고..
진짜 울컥하더라고요.

아이들 옷차림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되지만 이 추운 날 두꺼운 패딩 점퍼도 아니고 늦가을에나 입을만한 외투에..
음 아무튼 그랬습니다.

'너희가 양보해 주어서 아저씨가 선물하는 것이니
돈도 아저씨가 다 내줄 거야 먹고 싶은 것 다 골라서 여기 담아볼래?
엄청 많이 골라도 돼'라고 했습니다.

둘 다 쭈뼛 서서 아무 말 안 하길래 카운터에 아이들이 사려 했던 물건들 바구니에 쏟아 놓고 라면 코너에 컵라면 몇 가지를 담아서 다시 주었습니다.

그제야 조금씩 고르네요.
그래봐야 과자 2개, 여자아이는 진짜로 맘찢... 주방 세제를 넣더라고요.
먹을 것 하나 안 고르고요.

순간 끈 풀려버려 바구니 하나 더 들고는 과자며 라면.. 소시지.. 빵 등등 골라 담아 한 바구니 더 만들어 계산대에 올렸습니다.

너희가 양보해 주는 게 너무 이뻐서 아저씨가 사주는 거야
겁내고 걱정 말고 그냥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라 하니 힘없는 목소리로 '고맙습니다.. 감사합니다..'라고 누나가 얘길 하더라고요.
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'얼른 가 춥다'하고 제 집 가는 척하고 갔습니다.

편의점이 모퉁이라 다시 슬쩍 보니 가로등 아래서 봉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뭐가 있나 보고 있더군요.
봉지 안을 보던 동생 아이가 고갤 들면서 씩 웃는 게.. 지금도 생각나고

걸어오면서 진짜 주룩주룩 울었습니다.
더 깊게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게 되려 상처가 될까 참았는데 지금은 좀 사정을 알고 싶기까지 하네요.
와이프는 제가 이러는 게 오지랖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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